권력은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것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다. 돈, 조직, 사람... 권력을 창출하기 위해, 이 모든 것은 말 그대로 수단에 불과하다. 나는 소설 <로비스트>를 쓰면서, 그런 수단이 되어야만 했던 사람들에게 진혼을 울리고 싶었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수단으로 전락해서 파멸하고 말았던 적잖은 영혼들. 그들의 영혼에 위로를 주고 싶었다.
우리가 오르세 미술관이나 내셔널 갤러리, 우피치 미술관 같은 서유럽의 미술관은 자주 방문하면서 비록 러시아 회화로만 채워졌다는 점은 있지만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처럼 좋은 미술관은 잘 모르는 점이 안타까웠다. 바로 이런 러시아의 모습을, 숨겨진 보석 같은 예술 문화를 함께 나누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