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십여 년 동안 내 삶 속에서 건져 올린 말들 세상에 풀어 보낸다. 갈라지고 쉰 목청으로 부르는 이 노래가 어디까지 날아갈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지금 부를 수 있는 것은 겨우 이 정도뿐이다. 생각할수록 낯이 뜨겁지만 어쩌랴,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꼭 이만큼밖에 살아내지 못한 것을.
시는 여전히 내게서 멀리 있고 빈곤한 재능 탓인지, 나이 탓인지 길은 점점 희미해진다. 그러나 어차피 시에 들린 몸, 시를 향해 걷는 이 느린 걸음을 멈출 수는 없다. 걷다 보면 언젠가 빛나는 시의 문을 열고 들어설 수 있을지... 이 치사하고 안쓰러운 희망 때문에 나는 여전히 쓰고, 지우고, 또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