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문제로 대표되는 역사인식 문제는 오늘의 과제이고, 그것에 매달리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이성적인 분석이 불가결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역사를 둘러싼 논의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내셔널리스트들의 현저한 경향에 종지부를 찍지 않으면 안 된다. 오히려 과거에 대한 정서적인 접근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이용되어 왔는지, 또 지금도 그러한지를 묻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본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히 이성에 기대를 거는 것은 역사문제에 대해 불충분한 자세를 취함으로써 많은 비판을 받는 가해자 측에서 나오기 쉽다. 그리고 이런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한 이 책이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되었다는 것은, 한국의 독자들이 피해자로서의 위치를 이미 극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아마도 가해자가 과거를 극복하기보다도 먼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