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대공황 시대의 격변을 온몸으로 겪으면서 이를 자신의 저술 속에 효과적으로 녹여내었던 케네스 피어링은 제2차세계대전이 끝나자 냉전 시대의 도래를 실감하게 된다. 전후 시대에 와서 매카시즘의 본격적인 사상 검증의 시대가 올 것임을 누구보다도 먼저 눈치챘던 것이다. 그러한 인식이 『빅 클락』에 녹아 있다.
이 시기를 지배하던 분위기는 반공과 반동성애였고, 이에 벗어나는 존재는 애국적이지 못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리하여 대중문화에서도 이러한 사회 분위기가 적극 반영되었다. 영화와 소설에 등장하는 악당 보스가 동성애자라는 설정이 부쩍 늘어났고, 반공주의자를 표방하는 미키 스필레인이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하였다.
피어링은 『빅 클락』을 발표하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다. 이 작품에는 대공황 이후에 각인된 사회적 변화의 단면과, 전쟁 이후 밀어닥칠 광풍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이 모두 담겨 있다.
후더닛 미스터리와 마술적 리얼리즘
캐나다 출신의 작가 루이즈 페니는 캐나다의 지역적인 특색을 소설 안에 담고 싶어했고,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의 감전사라는 굉장히 이질적인 살해 방법을 제시한다. 두 가지 사건을 병행해 가면서 우연처럼 보이는 요소요소를 하나의 뚜렷한 목적으로 꿰어 근사한 살인 방식을 완성한다. 이렇게 만들어낸 살인사건과 이를 둘러싼 갖가지 이야기들은 전통적인 후더닛 미스터리의 꽉 짜인 얼개를 구성함과 동시에, 스리 파인스를 마술적 리얼리즘이 살아 숨쉬는 세상으로 그려내었다. 스리 파인스는 애거서 크리스티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조르주 심농과 이사벨 아옌데가 공존하는 장소이며, 논리와 관찰에 근거한 사건 해결과 황당하게까지 보이는 종교적 체현이 동시에 일어나는 세계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스리 파인스는 살인사건이라는 비극이 벌어지는 무대이면서도 루이즈 페니가 제시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삶의 공간이라는 지위를 고스란히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