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게 일상적 공간 환경인 동시에 물욕(物欲)의 대상으로 자리한 아파트에 대해 냉소를 걷고 따스한 눈길을 보내자는 취지에서 쓰게 되었다. 아침마다 배달되는 신문을 펼칠 때에도 투기를 부추기는 부동산 섹션이 아닌 문화면에서 아파트가 얘기되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원고지의 칸을 메웠다.
압축성장의 과정에서 투기자본이 만들어낸 왜곡된 주택관(住宅觀)과 자폐적인 단지문화를 애써 외면한 채 건설내지 공급의 대상으로만 여겨 '빨리, 많이, 높이'를 부르짖었던 아파트가 '침묵의 조형물'이나 '거대한 난수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더불어 사는 문화의 결정체'로 거듭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