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글처럼 짓고, 글은 그림 그리듯 쓴다
2022년 서울에 1년 체재하면서는 늘 쓰던 에세이와 계속 연습 중인 그림을 더욱 적극적으로 연결시켰다. 그림을 그리고 난 후, 그림을 그리며 든 생각, 그림을 그리는 마음, 오랜 기억, 회상, 사고의 일부를 짧은 글로 써서 붙였다. ⋯ 이 책은 그림은 쓰고 문장은 그린다는 기분으로 만들었다. 역설적일지는 모르지만 나는 아직 자신 있게 그림을 그린다고는 말하지 못할 듯하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기 전, 혹은 그린 그림을 보면서, 글을 써서 덧붙일 때는 오히려 문장을 그림 그리듯 쓰곤 했다. 그래서 이 에세이 화집은 그 중간의 이미지, 즉 그림을 짓는다는 어설프면서도 진솔한 느낌을 제목으로 삼았다. - 머리말
이 책은 언더우드나 그 가문을 학술적으로 연구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에 깊은 애정과 신념을 지녔던 언더우드 가문의 정신과 삶의 행적을 자유롭게 이어 써내려 간 '이야기'이다.
물론 그 동안에 밝혀진 여러 역사 자료들이 동원되고, 또는 새롭게 발견된 증거들 혹은 생전의 3세 원일한이나 미국으로 돌아간 4세 원한광의 진술도 포함되는, 유무형의 근거들이 모두 활용되었다.
특히 그 동안에 필자가 작성하였던 언더우드 관련 수편의 논문, 그리고 이미 간행된 편역서인 <언더우드와 한국>도 깊이 참고 되었다.
한국가톨릭은 신앙공동체로서뿐만 아니라 역사와 사회의 변혁주체로서도 큰 역할을 했다. 한때 반국가적이며 반민족적인 집단으로 지칭되기도 했으나, 역사적 변화와 전개를 거듭하면서 오늘날 신뢰받는 주류종교의 하나가 되었으며 긍정적 영향 또한 적지 않다. 이러한 가톨릭과 한국사의 관계를 ‘갈등과 극복’의 관점으로 대강의 주제를 설정하고 그 흐름의 변화를 큰 틀에서 추론해나가는 형식으로 접근하였다. 프로테스탄트 출신 종교사가로서 필자의 시선이 오히려 가톨릭 역사에 대한 편견 없는 서술의 바탕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