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글 쓰는 일과 음악을 듣는 일과 사진을 찍는 일은 무엇인가? 유년기 때부터 나의 눈과 귀엔 청보랏빛 필터가 끼워졌다. 세월이 흐를수록 필터의 색깔은 짙어졌다. 내게 인식되는 대상은 과거로의 일방적인 소통의 힘을 가졌다. 내가 찍는 사진 속에서 대상이 울부짖는 소리와, 내가 듣는 음악이 그리는 가련한 풍경들과 그리고 내가 쓰는 시에서 애정도 없이 무기력한 생명을 얻는 것들은 서로 대립하고 화합하고 때로는 무화되는 시공에서조차도 미래를 향해 각각 쓸쓸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 그림자 속에서 나의 태양은 떠오르고 태양이 흘리는 뜨거운 빛에도 차가워지는 가여운 영혼을 위해 내가 쓴 어두운 글들과, 내가 찍은 우울한 사진들과 내가 듣는 슬픈 음악을 회개한다.
2023.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