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 도서관의 질서를 붕괴시키는 것 또한 나름의 벤치클리어링. 한 번은 뒤집어엎고 스스로의 질서를 만들어 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계급의 꼭대기가 만든 불공평한 룰과 독식을 그 계급의 다음 상속자인 소년들이 덤벼들어 바꾸고자 했던 건 결과가 아닌 그들 자신이 성숙해지는 과정이었다.
대공황을 겪었던 1930년대와 무려 한 세기가 지났음에도 변함이 없는 오늘의 초상은 많은 고민을 안겨 주었다. 상식의 틀을 깨 보고 싶었다. 소비 지향적 자본주의의 시대에 감가하는 화폐를 만들어 쓰는 공동체를 상상하는 것이 시대를 읽지 못하는 아둔함으로 보일지라도. ‘부자 되라’는 인사가 덕담이 되는 시대를 역행하는 반동적 행위로 비칠지라도. 믿음과 의심 사이에 ‘합리적 의심’이 아닌 ‘합리적 믿음’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