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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나민애

출생:1979년, 충남 공주

최근작
2024년 12월 <나의 두 번째 교과서 x 나민애의 다시 만난 국어>

광장으로 가는 길

이 합동시집은 시인 개인의 정원을 넘어 시단 전체의 아름다운 수목원(樹木園)을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출발한다. 시단의 원로에서부터 신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목소리를 한자리에 모아 ‘우리’ 시단의 정체성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독자의 상실과 더불어 시 장르가 약화되는 현실에 대해, 나아가 시인들 사이에서조차 시의 소통이 어려워지는 현실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 (…중략…) 세상과 문학이 위기라면 이 사람 냄새 진한 시들은 다시 사람으로 돌아갈 것을 제시한다. 바라건대 서로의 손을 잡을 수 있는 시인 정원이 풍성하기를!

이쁘다

<아이처럼 아이를 발견하는 마음> 사람들은 어린이가 쓰고, 어린아이가 읽는 시만 동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아닙니다. 어린이의 눈으로 보고,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모든 시가 동시입니다. 동시를 즐기는 데에는 어른과 아이의 구분이 없습니다. 우리 마음 속에는 태초의 아이가 살고 있습니다. 그 아이를 만나고 발견하게 해주는 시가 있다면 그게 바로 동시입니다. 어른들이 읽으면 세상의 어린이와 자기 마음 속의 어린이를 더 사랑하게 됩니다. 아이가 읽으면 자기 자신과 친구, 세상과 마음을 더 들여다보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는 끊임없이 아이의 마음을 지키고 확인해야 합니다. 그게 살아가는 힘이 되어 줄 때가 많습니다. 나태주 시인은 나의 아버지입니다. 45년간 지켜본 아버지의 삶은 어린이의 것에 가까웠습니다. 아버지의 시도 태초의 아이를 보듬고, 사랑하는 일에 가까웠습니다. 나의 아버지는 세상에서 귀하고 깨끗하고 소중한 것들을 모아 시에 담았습니다. 그것을 이 책에 모아 모든 어린이에게 보냅니다. 당신의 어린이는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입니다. 당신이라는 어린이는 그 자체로 소중합니다. 이 책을 읽은 모든 아이들이 자신의 보석 같은 가치를 알아채길 바랍니다. 시인 아버지가 시를 쓰고 평론가 딸이 해설을 하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아마 이것은 우리의 마지막 작업일 겁니다. 그동안 저는 어린이 같은 아버지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것을 당신의 어린이와 나누고 싶습니다. 우리의 모든 어린이가 사랑 속에서 축복만 받고 자라기를 소망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사랑의 마음을 읽어야 동시다 나태주의 동시집에는 어린이의 이름이 종종 등장합니다. 그중 ‘민애’라는 이름도 있는데 그 민애가 바로 저입니다. 민애가 등장하는 동시를 쓸 때마다 아버지는 저에게 읽어주셨습니다. 아기나 아이가 등장하는 시를 쓸 때에도 어린 저를 앉혀놓고 들려주셨습니다. 아주 어려서 동화보다 먼저 들었던 것이 동시였습니다. 아버지는 그저 시인이니까 한 일이었습니다. 아마 당신의 시를 점검하고 고쳐보려는 과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짧은 시들을 통해 어린 저는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동시를 읽으면 사랑받는 느낌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사랑을 다시 나눠주는 기쁨이 무엇인지도 알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세상에서 마음이 가장 중요하고 힘이 세다는 진리를 새기게 됩니다. 나는 그것이 부모로부터 받은 최고의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의 확신과 기쁨은 자라나는 어린이가 받아야 할 햇살이고 양분이며 축복입니다. 유년이 튼튼한 사람은 미래가 튼튼하고, 마음이 탄탄한 사람은 절망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내가 튼튼하고 탄탄한 어른이 되었다면 그건 아버지의 동시 덕분입니다. 그래서 부모가 된 지금, 나는 아버지와 똑같이 제 두 아이를 안고 동시를 읽어줍니다. 나태주 동시집에 실린 작품들은 갓 태어난 병아리처럼 보드랍고 따끈따끈하며 사랑스럽습니다. 그걸 아이와 함께 나누면, “우리는 함께야.” “세상은 따뜻하고 좋은 곳이야.” “너는 사랑의 아이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과 같습니다. 유명한 어떤 교육보다 중요하고 바람직한 일입니다. 이 시집에는 세 층위의 아이들이 나옵니다. 하나는 시인의 마음속에 살고 있는 어린이, 다시 말해 시인 본인입니다. 둘째는 시인이 사랑하는 아들과 딸, 손자와 손녀입니다. 마지막은 시인이 40년 교사 생활을 통해 만나고 사랑했던 초등학생들입니다. 평생 동안 시인의 주위에는 소중한 어린이들이 가득했습니다. 평생 동안 시인은 진심으로 어린이들을 사랑했고, 어린이라는 존재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썼기 때문에 나태주 동시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다 진짜의 아이들입니다. 그의 동시는 진심입니다. 동시는 마음이고 사랑이며 또한 그것의 나눔입니다. 여러분은 나태주의 동시를 읽으면서 많은 어린이를 만나게 될 겁니다. 또한 내 안의 어린이와 내 곁의 어린이들을 발견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세상에 사랑의 마음보다 가치 있는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모든 작품을 읽을 때마다 어린이가 되어 마음을 찾아가는 기쁨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작고 아름다운 나태주의 동시수업

-딱 동시처럼만 살고 싶다는 소망- 시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동시는 인생에서 제일 먼저 접하게 되는 시, 그러니까 ‘최초의 시’입니다. 또한 맑고 밝고 곱기를 따진다면 동시는 ‘최고의 시’입니다. 최초이며 최고인 동시를 사랑한 시인들은 아주 많았습니다. 어린아이만 동시를 쓰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 어린 어린이도, 나이를 많이 먹은 과거의 어린이도 모두 쓸 수 있습니다. 동시를 읽고 쓸 때는 세상이 정해준 나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어린이의 나라가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제가 만난 동시 시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주름진 얼굴이어도, 웃을 때는 해맑은 아이 얼굴이 보인다는 것. 그들의 눈 속에는 반짝이는 장난기가 가득합니다. 영원한 아이로 살았던 시인들을 살펴보고 작품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만을 뽑고 뽑아 한 자리에 모셨습니다. 작품은 동시를 좋아하는 나태주 시인이 골랐고, 시인의 딸인 제가 해설을 맡았습니다. 고르고 읽고 쓰는 사이, 우리 부녀의 마음은 한결 맑아졌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오히려 힘을 얻고 고된 마음이 치유되었습니다. 딱 동시만큼만 우리가 예쁘고 사랑스럽게 살아간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우리처럼 동시를 읽으며 빙그레 웃을 독자를 생각하면서 이 책을 내보냅니다. 딱 동시처럼, 동시만큼 살고 싶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그렇게만 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제망아가의 사도들

평론집의 제목을 ‘제망아가의 사도들’이라고 붙였는데 제목의 일부는 2부의 글에서 가져왔다. 애초 시가 얼마나 아름다운 ‘아가雅歌’였는지, 그 노래를 기리고 기억하는 사람들은 시를 쓰거나 공부한다.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그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일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평론집을 ‘제망아가祭亡雅歌’라고 붙였다. 사라져가는 ‘아가雅歌’를 애도하는 끝자리에서 새로운 ‘아가雅歌’가 탄생하기를 바라는 의미가 여기에 들어 있다. 더불어 ‘제망아가’는 ‘제망祭亡-아가’라는 의미 역시 담고 있다. 우리가 이 시대에서 지키지 못한, 어린 아가처럼 순수하고 소중한 존재들이 너무나 많다. 시는 그 상실과 존재들을 최후로 기억하는 장르가 될 것이다. 잃은 사람은 통곡할 것이며, 읽은 사람 역시 통곡할 것이다. 안타깝지만 ‘제망祭亡-아가’로서의 역할은 이 시대 시가 담당할 송미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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