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읽어봅니다
총에 맞고
몽둥이에 맞고,
칼에 베여 죽은 사람들 말이야.
얼마나 아팠을까? (<작별하지 않는다> 57쪽)
'그 도시의 학살'에 대한 책을 낸 후 '나'는 '살고 싶어하는 몸. 움푹 찔리고 베이는 몸'(12쪽)으로 구성된 악몽에 시달립니다. 작업 중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친구 인선의 부탁으로 '나'는 새를 구하기 위해 폭설이 쏟아지는 제주 중산간을 헤매고, 그곳에서 1948년의 제주와 연루됩니다. 이 연루는 새에게, 인선의 어머니에게, 어머니의 기억에게, 베트남 밀림의 한국군 성폭력으로, 1940년대 만주 독립군 활동을 한 여성에게 뻗어나갑니다. 얼마나 아팠을까? 인선의 혼잣잣말은 사랑하지도 않는 새에게, 학교 운동장의 죽은 몸들에게, 차가운 몸에 쌓여 녹지 않던 눈에게 내려앉습니다.
작가는 이 소설을 '이것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빈다'고 말했습니다. 지극한 사랑이라는 말을 품고 이 소설을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지극한 사랑으로 내 고통이 세계의 고통과 맞물릴 때 우리 안에도 소설이 내려앉을 것입니다.
함께 읽어봅니다
<눈, 물> /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2
겨울밤, 여자는 어쩌다 눈 아이를 낳았습니다. 아이는 녹아서 사라질 운명입니다.
새 한 마리에게 닿기 위해 눈 쌓인 길을 걷는 주인공의 이미지를 생각하며, 2025년 다가올 한강 작가의 '겨울 3부작'의 눈의 이미지를 기대하며 함께 읽어봐도 좋겠습니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 / 2023
제주 중산간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박물관, 갤러리두모악 김영갑의 사진 에세이입니다. 바람과 싸워온 제주의 진면목을 사진으로 기록한 김영갑의 사진을 보면 '바람소리가 말끝을 끊어가 어미가 짧은 제주의 말씨'를 쓰는 인선의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회복하는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