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3일 : 56호
이십대의 한강이 시작된 자리
10월 9일 55호 한국문학 사랑 편지를 발송한 후 폭풍 같은 2주가 지났습니다. 2024년 10월 10일 한강 작가가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알라딘 서점에서도 노벨문학상 발표에 대비해 당일 근무자가 야간근무를 하곤 하는데요, 한국문학 담당자인 저는 늘 편안한 마음으로 퇴근하곤 했었습니다. 그 날도 집에 가서 배깔고 누워 민음사TV 유튜브로 편집자 선생님들께서 해주시는 중계방송을 보고 있었는데 익숙한 이름이 들리는 순간 저는 재출근을 준비했습니다.
벅찬 2주가 지나고 다시 편지를 드립니다. 요번 편지에 한강 작가의 책 중 어떤 책을 실어 보낼지 즐거운 고민을 했습니다. 적어도 제겐 의미가 큰 책인 <여수의 사랑>을 선택해 소개합니다. 작가의 첫 소설집으로 1995년 출간된 초판, 2012년 출간된 개정 2판, 2018년 출간된 개정 3판과 알라딘에서 2017년에 진행했던 <본 투 리드 프로젝트 13탄 <여수의 사랑>>까지,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이 책이 저를 스쳐지나갔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리고, 친구에게 빌리고, 잃어버린 줄 알고 다시 사기도 하고, 그렇게 여러 권이 되기도 한 이 소설을 어루만지며 지났던 그 시간들을 떠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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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일 55호 한국문학 사랑 편지를 발송한 후 폭풍 같은 2주가 지났습니다. 2024년 10월 10일 한강 작가가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알라딘 서점에서도 노벨문학상 발표에 대비해 당일 근무자가 야간근무를 하곤 하는데요, 한국문학 담당자인 저는 늘 편안한 마음으로 퇴근하곤 했었습니다. 그 날도 집에 가서 배깔고 누워 민음사TV 유튜브로 편집자 선생님들께서 해주시는 중계방송을 보고 있었는데 익숙한 이름이 들리는 순간 저는 재출근을 준비했습니다.
벅찬 2주가 지나고 다시 편지를 드립니다. 요번 편지에 한강 작가의 책 중 어떤 책을 실어 보낼지 즐거운 고민을 했습니다. 적어도 제겐 의미가 큰 책인 <여수의 사랑>을 선택해 소개합니다. 작가의 첫 소설집으로 1995년 출간된 초판, 2012년 출간된 개정 2판, 2018년 출간된 개정 3판과 알라딘에서 2017년에 진행했던 <본 투 리드 프로젝트 13탄 <여수의 사랑>>까지, 옷을 갈아입을 때마다 이 책이 저를 스쳐지나갔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리고, 친구에게 빌리고, 잃어버린 줄 알고 다시 사기도 하고, 그렇게 여러 권이 되기도 한 이 소설을 어루만지며 지났던 그 시간들을 떠올려봅니다.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인터뷰를 진행하며 무엇보다 이 상이 '한국 문학 독자에에게 좋은 일이길' 바란다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한국 문학을 사랑하고 문학의 곁에 머무른 독자와 소설을 연결하는 사건이라는 생각을 감히 해봅니다. 작가께 축하와 감사를 전합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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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투 리드 한강의 말
그렇게 오래 전에 이 책에서 걸어나왔다. 그러니까 거의 22년 동안 이 책으로부터 멀어져왔다. 내가 살아가는 한 앞으로도 더 멀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다. 희미한 실낱같은 것으로 여전히, 끈질기게 연결되어 있다.
2017년 4월 새벽에
한강
유튜브 등의 매체에서 활동하며 책 읽는 사람들의 영토를 넓혀온 김겨울 작가가 시인으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입니다. 출판사에서는 '성경의 우화(parable)에서 유래한 전통적 우화 형식을 차용하면서도, 절대적 진리나 도덕적 교훈을 전달하기보다는 현대인의 삶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드러낸다.'고 이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시인, 소설가, 사진가, 미술가, 등단과 비등단을 구분하지 않은 다양한 필진이 참여하고 운문과 산문에 국한된 것이 아닌 비정형 글쓰기를 지향하는, 시간의흐름 시인선이 선보이는 네 번째 시집입니다.
외국 문학 편집자로 일한다는 건 작가를, 특히나 살아 있는 작가를 만날 일이 거의 없음을 의
미합니다. 하지만 아주 가끔, 한국 독자들을 만나러 외국 작가들이 찾아오면, 편집자는 긴장과
설렘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작가와 그의 글이 얼마나 같으면서 다를지 궁금해하기도 합니
다.
이번에 와우북 페스티벌과 함께 ‘한-캐나다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 4인+캐나다 4인 작
가들의 소설집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해』를 펴내면서 그런 감정들을 느꼈습니다. 그리
고 실제로 만난 캐나다 작가들은, 마치 캐나다인들의 선량함에 관한 미국인들의 농담처럼, 모
두 상냥하고 부드러우며 사려 깊었습니다.
먼저 『루』 『엠』처럼 고요한 서사를 선보인 베트남계 작가 킴 투이는 글과는 다른 놀라운 에너
지와 유쾌함, 삶에 대한 긍정적 의지로 북토크에 모인 독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줌으로 한국
작가들과의 대담에 응한 얀 마텔은 캐나다라는 나라가 캐나다 선주민에 행한 잔혹한 정책들을
예리하게 비판했고, 선주민 혼혈인인 메티스 작가 리사 버드윌슨은 그 생생한 증인이자 당사
자로서 깊은 통찰과 굳건하면서도 유연한 의지를 전했습니다. 또한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의
작가 조던 스콧은 캐나다의 대자연과도 닮은 다정하고 속 깊은 말들을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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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문학 편집자로 일한다는 건 작가를, 특히나 살아 있는 작가를 만날 일이 거의 없음을 의
미합니다. 하지만 아주 가끔, 한국 독자들을 만나러 외국 작가들이 찾아오면, 편집자는 긴장과
설렘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작가와 그의 글이 얼마나 같으면서 다를지 궁금해하기도 합니
다.
이번에 와우북 페스티벌과 함께 ‘한-캐나다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 4인+캐나다 4인 작
가들의 소설집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해』를 펴내면서 그런 감정들을 느꼈습니다. 그리
고 실제로 만난 캐나다 작가들은, 마치 캐나다인들의 선량함에 관한 미국인들의 농담처럼, 모
두 상냥하고 부드러우며 사려 깊었습니다.
먼저 『루』 『엠』처럼 고요한 서사를 선보인 베트남계 작가 킴 투이는 글과는 다른 놀라운 에너
지와 유쾌함, 삶에 대한 긍정적 의지로 북토크에 모인 독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줌으로 한국
작가들과의 대담에 응한 얀 마텔은 캐나다라는 나라가 캐나다 선주민에 행한 잔혹한 정책들을
예리하게 비판했고, 선주민 혼혈인인 메티스 작가 리사 버드윌슨은 그 생생한 증인이자 당사
자로서 깊은 통찰과 굳건하면서도 유연한 의지를 전했습니다. 또한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의
작가 조던 스콧은 캐나다의 대자연과도 닮은 다정하고 속 깊은 말들을 나눴습니다.
한국 작가 4인 역시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소설집의 테마에 걸맞으면서도 각자의 개성을 담
은 답신을 썼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라는 질문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될 수 있는지 말
하는 김애란의 「빗방울처럼」, AI와의 소통 혼란을 통해 오히려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특
질을 드러낸 윤고은의 「테니스나무」, ‘레즈비언’의 존재와 ‘하나님의 말씀’이 평화롭게 공존하
는 첫사랑 이야기인 김멜라의 「젖은 눈과 무적의 배꼽」, 우리가 타자를 만날 때, 역사적으로
피해자로만 자처했던 우리 안에 과연 그들을 착취하려는 욕망이 없는가 하는 날카로운 질문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정보라의 「미션:다이아몬드」가 그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캐나다 작가 4인과 한국인 작가들, 그리고 관계자들은 모두 북페스티벌 기간에
맞이한 그 놀라운 소식, 노벨상 소식에 다 함께 기뻐했습니다. ‘함께여서’ 우리는 더 기뻤습니
다.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은 과연 사실이었
습니다.
- 민음사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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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2024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열린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한국 작품에 대한 판권 문의가 크게 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또 어떤 작품이 세계문학 독자의 선택을 받을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티빙에서 2024년 10월 드라마가 공개되기도 한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은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2023년 국제더블린문학상, 2024년 메디치상 후보작 등에 선정되며 세계 독자의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편혜영 작가의 <홀>은 2018년 셜리잭슨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알라딘 '외국도서'에서 영어로 번역된-영어로 출간된 한국문학을 구매하시면 메탈 북마크를 함께 선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번역문과 원문을 나란히 두고 읽어보는 것도 2024 노벨문학상을 원서로 즐길 수 있는 한국문학 애호가의 작은 기쁨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