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23일 : 26호
잃어버리지 않는 친구, 그런 건 어디에도 없는데
첫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의 주인공은 '나주'에 대한 나의 궁금증을 엮어 한 편의 소설을 엮을 정도로 나주를 골똘히 생각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김화진의 새 연작소설 <공룡의 이동 경로>에는 이런 온도로 친구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사람들, 주희, 솔아, 지원, 현우가 등장합니다. 만화가가 되고 싶고 기자가 되고 싶은 각각의 소망이 아직 이루어지기 전인 이들은 '되기 전 모임'을 만들어 자신이 쓴 글을 친구들과 함께 읽어보기로 하며 한 시절을 보내며 친구에 대해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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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의 주인공은 '나주'에 대한 나의 궁금증을 엮어 한 편의 소설을 엮을 정도로 나주를 골똘히 생각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김화진의 새 연작소설 <공룡의 이동 경로>에는 이런 온도로 친구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는 사람들, 주희, 솔아, 지원, 현우가 등장합니다. 만화가가 되고 싶고 기자가 되고 싶은 각각의 소망이 아직 이루어지기 전인 이들은 '되기 전 모임'을 만들어 자신이 쓴 글을 친구들과 함께 읽어보기로 하며 한 시절을 보내며 친구에 대해 생각합니다.
이 중 특히 주희(와 현우)의 이야기가 실린 <이무기 애인>이라는 소설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사랑의 신'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금세 사람들을 사랑해버리는 주희는 주희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입니다. 독립출판물로 출간한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어 웹진 연재처를 얻은 이후, 그 작은 성과로 인해 주희는 고초를 겪습니다. 연재처와 SNS을 오가며 남는 조심스럽고, 정성스럽고, 무성의하고, 거친 댓글로 이루어진 평판이 주희를 흠집냅니다.
"잘 모르는 사람도 좋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자신이 수많은 창작자들을 그렇게 좋아했듯이. 그러나 그것만을 믿은 나머지 악의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154쪽)고 뒤늦게 알아채고, 밖에서 우는 소리 하기 싫어서 집에서 혼자 우는 사람이 주희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데이고 만 주희의 마음을, 그리고 그 주희의 마음을 골똘히 들여다보았을 소설가의 마음을 생각하며 창작자를 응원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말처럼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더 볼 수 있을까요? 좋은 것에 대해 좋다고 말하면서, 좋아하는 것의 세계를 더 늘려가고 싶은 비 내리는 수요일입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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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쪽 : 나는 고개를 빼고 내다보는 사람이 아니라 고개를 숙이고 들여다보는 사람. 피망이가 사라져서 나는 그런 사람이 되었다. 늘 빈자리를 문지르는 사람이 되었다.
Q :
『저스트 키딩』의 수록작 「너무 아름다운 날」이라는 작품에 외로운 마음을 달래려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등대지기의 사연이 실려 있는데요. 도서관이 이 마음이 모인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와닿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도서관에 대한 추억이 있을지, 작가님께 도서관이라는 공간은 어떤 의미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A :
조선대학교 중앙도서관 4층 문학서가. 스물다섯에 처음으로 문학 수업을 들었습니다. 매 수업 시간, 모르는 작가의 이름과 책 제목을 들어야 했습니다. 저는 노트에 작가 이름과 책 제목을 적었고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에서 그 작가의 이름과 책을 찾았습니다. 다 읽지도 못할 거면서 책을 탑처럼 높이 쌓아놓고 무작정 읽어나갔던 날들이 떠오릅니다. 처음엔 문장으로 읽혔고 다음엔 내용으로 읽혔는데 나중엔 작가의 목소리와 억양, 그리고 마음과 감정이 읽히더군요.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아, 문학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책은 단순히 문장이 적혀 있는 종이 뭉치가 아니었습니다. 한 작가의 삶과 내면과 열망과 상상과 시간과 미래가 담겨 있는 생물이었죠. 저는 지금도 책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옛날 사람, 죽은 사람, 멀리 있는 사람을 만나는 건 정말 근사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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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저스트 키딩』의 수록작「너무 아름다운 날」이라는 작품에 외로운 마음을 달래려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등대지기의 사연이 실려 있는데요. 도서관이 이 마음이 모인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와닿았습니다. 기억에 남는 도서관에 대한 추억이 있을지, 작가님께 도서관이라는 공간은 어떤 의미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A :
조선대학교 중앙도서관 4층 문학서가. 스물다섯에 처음으로 문학 수업을 들었습니다. 매 수업 시간, 모르는 작가의 이름과 책 제목을 들어야 했습니다. 저는 노트에 작가 이름과 책 제목을 적었고 수업이 끝나면 도서관에서 그 작가의 이름과 책을 찾았습니다. 다 읽지도 못할 거면서 책을 탑처럼 높이 쌓아놓고 무작정 읽어나갔던 날들이 떠오릅니다. 처음엔 문장으로 읽혔고 다음엔 내용으로 읽혔는데 나중엔 작가의 목소리와 억양, 그리고 마음과 감정이 읽히더군요.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아, 문학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책은 단순히 문장이 적혀 있는 종이 뭉치가 아니었습니다. 한 작가의 삶과 내면과 열망과 상상과 시간과 미래가 담겨 있는 생물이었죠. 저는 지금도 책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옛날 사람, 죽은 사람, 멀리 있는 사람을 만나는 건 정말 근사한 일입니다.
Q :
책 좋아하는 분들은 수록작 「해피 엔딩」이라는 작품의, “아직 읽지도 않았던 새 책을 함부로 만지고 구기고 흔적을 남기는” 장면을 보고 소설 속 인물처럼 고통스러울 듯합니다. 저도 “네가 왜 이렇게 멍청한지 이제 알겠어. 쓸모없는 책들만 읽어왔구나.”라는 문장에 뼈를 맞은 것 같았는데요……. ‘쓸모없’어도 상관없이 같이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
저는 요즘 손 닿는 곳에 두 권의 산문을 놓고 자주 펼쳐보고 있는데요. 이수명 시인의 『내가 없는 쓰기』와 김지승 작가님의 『술래 바꾸기』입니다. 두 책 모두 문장에 마이크가 장착된 것처럼 글쓴이의 목소리가 잘 들립니다. 단순히 생각을 문자언어로 옮긴 것이 아니라 문체를 느끼고 육성을 들은 것 같은 생생함이 읽을 때마다 즐겁고 좋습니다. 『내가 없는 쓰기』는 이수명 시인이 일상과 일상을 덮는 시에 관한 생각과 의지를 산문의 언어로 말해주는데 어떤 장에서는 친구와 대화하는 것 같고 어떤 장에서는 수업을 듣는 것 같고 어떤 장에서는 긴 시를 낭독해주는 것 같습니다. 『술래 바꾸기』는 제게 없는 눈동자로 세상을 보게 합니다. 같은 단어와 문장을 사용했지만 전혀 다른 의미의 단어와 문장을 읽은 것 같은 새로운 인식과 시선이 예리하고 서늘했는데 그것이 마음을 환하게 만들더군요.
Q :
“다짐 없이도 살고 결심하지 않고도 쓰는 이 삶”이라는 작가의 말대로, 앞으로 이어질 읽고 쓰는 삶의 일정 내지는 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A :
작년에 읽었던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라는 책이 생각나네요. 제 마음에 꼭 맞는 제목이어서 자주 중얼거려봅니다.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 계속 읽기. 나의 속도로. 아무튼, 어쨌든, 계속 하기. 대단하고 특별한 계획은 없고 나의 단어와 나의 문장과 나의 생각이 있는 한 계속 쓰려고 합니다. 좋은 책이 자꾸자꾸 나오고 아직 읽지 못한 옛날 책도 많으니까 계속 읽기도 해야겠죠. 연재하고 있는 장편소설을 잘 마무리하고 싶고 지금 당장은 『저스트 키딩』이 출간되었으니 이 책에 관해 많이 말하고 싶네요. 이렇게 여름이 다 지나가고 마음과 감정이 잠잠히 가라앉으면 새로운 글을 쓰기 위해 이런저런 생각과 낙서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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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좋아하시나요? 뜬금없는 질문을 드려봅니다. <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라는 책을 통해 버섯 역시 균의 일종이며, 담배꽁초를 소화시키는 느타리버섯 균사체를 실험하고 있다는 내용을 보고, 버섯이 '균'이라는 걸 새삼스럽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앤드(&)는 넥서스 출판사의 문학 브랜드로서 ‘너와 나의 세계를 잇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2021에 제정한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을 통해 매년 탁월한 작품과 가능성 있는 신인작가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또한 앤솔러지 소설집 시리즈인 ‘앤드 앤솔러지’를 통해 하나의 주제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다양한 시선을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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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는 넥서스 출판사의 문학 브랜드로서 ‘너와 나의 세계를 잇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2021에 제정한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을 통해 매년 탁월한 작품과 가능성 있는 신인작가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또한 앤솔러지 소설집 시리즈인 ‘앤드 앤솔러지’를 통해 하나의 주제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다양한 시선을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희귀종 눈물귀신버섯>이라는 제목의 한연희 시집이 출간되었습니다. 한번 보면 쉽게 잊기 어려운 제목입니다. '축축해진 손을 흙에 묻었더니 / 금세 와글와글한 이야기가 자라났다'(<손고사리의 손>') 이 시집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그물귀신버섯’이며 ‘눈물버섯’ 같은 존재하는 버섯의 이름을 엮어 시인은 '눈물귀신버섯'이라는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균은 습하고 어두운 곳에서 자랍니다. 식물도 동물도 아닌 이 존재가 '남들과 다르다고 버림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희귀종으로 존중받으며 살았으면 하는' 시인의 마음과 함께 그늘지고 축축한 자리를 들여다보는 시적 체험을 기대해봅니다.
출판사는 지금 : 앤드
앤드 앤솔러지 시리즈에서는 ‘스물셋, 청춘’을 소재로 한 『이상한 나라의 스물셋』을 시작으로, ‘집’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당신이 가장 위험한 곳, 집』, ‘메타버스’를 소재로 신기술 뒤에 가려진 이면을 조망한 『메타버스의 유령』을 펴냈으며,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독자들이 주목할 만한 흥미로운 소재들을 다각도로 조명할 수 있는 신선한 시도를 계속해 나가고 있습니다.
앤드는 장르의 경계를 구분 짓지 않고, 한국문학의 다양하고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장르를 넘어 보다 많은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 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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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5년을 맞은 장르문학을 주로 쓰는 소설가 전건우의 신작이 동시에 출간되었습니다. 지능적인 연쇄살인마 ‘리퍼’와 그를 추격하는 천재 프로파일러 ‘최승재’는 우연한 사고로 한날한시에 사망한 뒤, 각각 다른 몸으로 환생하여 전생의 대결을 이어간다는 설정의 스릴러 소설인 <듀얼>과 증오와 복수심으로 빚어진 귀신 ‘산발귀’와 그에 맞서 저주의 실체와 진실을 좇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공포소설 <불귀도 살인사건>이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