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9일 : 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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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에서 첫 장편소설 <밝은 밤>까지, 최은영과 같은 주파수를 가진 독자라면 늘 만족스럽게 읽었을 작가 최은영이 소설집으로 2023년의 여름을 맞습니다. 올해는 데뷔 10년을 맞이하는 해라고도 하네요. "나는 늘 최은영에게 다른 것을 바란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작품을 읽고 나면 늘 이것을 바라왔다는 걸 깨닫는다. 비슷한 것 같지만 읽을 때마다 생판 다른, 최은영은 그런 작가다."는 소설가 권여선의 말은 최은영을 읽는 방법에 대한 힌트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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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집 <쇼코의 미소>에서 첫 장편소설 <밝은 밤>까지, 최은영과 같은 주파수를 가진 독자라면 늘 만족스럽게 읽었을 작가 최은영이 소설집으로 2023년의 여름을 맞습니다. 올해는 데뷔 10년을 맞이하는 해라고도 하네요. "나는 늘 최은영에게 다른 것을 바란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작품을 읽고 나면 늘 이것을 바라왔다는 걸 깨닫는다. 비슷한 것 같지만 읽을 때마다 생판 다른, 최은영은 그런 작가다."는 소설가 권여선의 말은 최은영을 읽는 방법에 대한 힌트 같기도 합니다.
주파수가 일정해서 나를, 우리를 배반하지 않는 소설이 있습니다. 최은영의 소설의 화자들이 내는 목소리는 대체로 일정한데요, 그 일정한 목소리를 들으며 저는 변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세상이 사람을 이렇게 몰아가는데도 우리가 변질되지 않는다는 것, 여전히 우리다움을 유지하고 그 자리에 머물러 최은영적인 소설을 읽고 내 마음이 거쳐온 길을 들여다본다는 게 실은 무척 강한 것 아닐까요.
표제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의 주인공은 "태어날 때 가난한 건 죄가 아니지만, 죽을 때 가난한 건 자기 죄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길을 걸으면서도, 잠들기 전에도 혼자 울었다."(27쪽)라는 문장을 읽으며 이 연약함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너무 슬프면 때론 울고, 이 다음에도 눈물이 날 것 같은 상황을 피하지 않고 나를 슬프게 하는 자리를 바라보고, 그렇게 바라보다 기어이 개인에게-사회에게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의 작아도 또렷한 목소리. 이 소설은 우리가 아주 잘 아는 그 감각을 예리하게 자극하고, 그래서 지극히 최은영답습니다. 아는 맛, 알아서 자꾸 찾게 되는 바로 그 맛, 제가 좋아하는 맛입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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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쪽 : 아무리 누추한 마음이라 하더라도 서로를 마주볼 때면 더는 누추한 채로 남지 않았으니까. 그때, 둘의 이야기는 서로를 비췄다. 다희에게도 그 시간이 조금이나마 빛이 되어주기를 그녀는 잠잠히 바랐다.
Q :
첫 작품인 <쇼코의 미소> 출간 당시 '마음이 특별히 약해서 쉽게 부서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셨는데요, '함께 성장해나가는 우리 세대의 소설가'라는 이번 소설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책소개처럼, 약한 마음을 가진 우리가 어떻게 성장해 이 세상을 마주하는지 (대결이라는 말을 써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습니다.
A :
그렇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저의 소설을 ‘대결’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런 성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가 인간을 계속해서 코너로 몰아가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주무르려고 할 때 그 힘에 각자의 방식으로 맞서는 제 소설 속 인물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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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첫 작품인 <쇼코의 미소> 출간 당시 '마음이 특별히 약해서 쉽게 부서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셨는데요, '함께 성장해나가는 우리 세대의 소설가'라는 이번 소설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 책소개처럼, 약한 마음을 가진 우리가 어떻게 성장해 이 세상을 마주하는지 (대결이라는 말을 써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습니다.
A :
그렇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저의 소설을 ‘대결’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런 성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가 인간을 계속해서 코너로 몰아가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주무르려고 할 때 그 힘에 각자의 방식으로 맞서는 제 소설 속 인물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Q :
표제작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에서 희원은 첫 수업시간에 '조지 오웰이 버마에서 경찰관으로 일했을 때 쓴 에세이'를 읽습니다. 이렇게 어떤 작품은 그 시기에 만났기에 더 특별하게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한번 읽고 나면 읽기 전의 자신으로는 되돌아갈 수 없는'('<몫> 부분)글, 작가께 이런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지요.
A :
중학교 때 읽은 <앵무새 죽이기>라는 소설이 떠오릅니다. 어려서는 책을 읽을 때 더 쉽게 몰입했던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 속 세계에 푹 빠져서 그 안에 살았던 기억이 납니다. 다 읽고 나서는 어린이의 세계에서 빠져나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소설이라는 장르를 제가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작품이기도 하고요. ‘나도 이런 걸 써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Q :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는 쇼코의 미소의 문장처럼, 이 소설엔 굳이 정의내리지 않아도 좋을 로맨틱한 순간이 여럿 등장합니다. 소설가와 독자의 관계에도 로맨틱한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함께 성장하고 있는 독자에게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소설 쓰는 최은영입니다. 이번에 세 번째 소설집으로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무더운 여름 잘 지나가고 계시는지요. 읽을 것도, 즐길 것도 많은 세상에서 저의 소설을 선택하여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언제나 감사한 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주춤할 때는 기다려주시고 책이 나오면 환영해주시는 독자님들께 보답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성실하게 글을 쓰는 작가가 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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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출간된 황모과 작가의 첫 소설집 <밤의 얼굴들>에서 이야기는 일본 도심의 한 묘지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만화가가 되기 위해 일본에서 거주하기 시작한 작가는 이방인으로서 이곳과 그곳을, 그곳과 이곳을 다시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인 2023년, 작가는 관동대지진이 있었던 해 1923년으로 소설 속 인물들을 타임슬립 시킵니다. 과거를 새로 써내며 잊혔던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되살리는 시도를 통해 경계 너머의 목소리를 향해 귀를 기울입니다.
한국의 소설과 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20년 가까이 고집스럽게 이어온 한영 대역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출판사는 지금 : 도서출판 아시아
아시아 출판사는 ‘세계인과 함께 읽는 한국문학’을 목표로 한국의 문학을 번역해서 알리는 바이링궐 시리즈(전권 110권)를 완성했으며, 후속 시리즈인 케이픽션, 케이포엣을 기획하여 한국의 주목받는 소설가와 시인들의 작품을 세계의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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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소설과 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20년 가까이 고집스럽게 이어온 한영 대역 시리즈를 소개합니다.
아시아 출판사는 ‘세계인과 함께 읽는 한국문학’을 목표로 한국의 문학을 번역해서 알리는 바이링궐 시리즈(전권 110권)를 완성했으며, 후속 시리즈인 케이픽션, 케이포엣을 기획하여 한국의 주목받는 소설가와 시인들의 작품을 세계의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케이포엣 시리즈에서는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백석, 허수경 시인의 대표작에서부터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시인들의 최신 작품까지 선보입니다. 최근작인 31권 《당신의 죄는 내가 아닙니까》(최지인 지음)와 32권 《가난은 유지되어야 한다》(김사이 지음)는 각각 《Am I not your Sin?》(Stella Kim 옮김)와 《Poverty Must Persist》(Sunnie Chae 옮김)로 번역했습니다.
아시아 출판사는 공간으로서 특정 지역을 넘어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지향합니다.
조화와 다양성을 핵심 가치로 삼아 앞으로도 한국 문학의 다양한 얼굴들을 함께 읽고 세계에 소개하는 일에 매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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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세계보건기구가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 해제를 발표하며 공식적으로 팬데믹은 끝났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감염원이 될 수 있다는 감각은 아직 흐려지지 않았습니다. 이희진의 소설집 <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에서는 온몸이 플라스틱으로 변하는 전염병이 도래해 그야말로 인간-쓰레기화한 시대가 등장합니다. 김이환의 <소심한 사람들만 남았다>에는 정체불명의 수면 바이러스가 출현한 시대가 등장합니다. 3년 동안 열심히 외출을 즐긴 이들이 서로를 전염시켜 모두 잠들고 만 이 세상, 이제 소심한 사람들만 남아 세상을 구해야 한다는데요... 전염에 관한 두 소설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