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28일 : 22호
코믹하고 선정적이며 잔혹한, 김사과식 바캉스
여름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독자 선생님들께서는 바캉스 계획을 세우셨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제 자리에서 한국문학 얘기를 할 것입니다!) 2020년대가 시작하며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었는데요, 경기부양책으로 시장에 돈이 풀리며 자산 시장의 광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최고점을 찍던 시기엔 주변에서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을 보기 어렵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경제적 자유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노동하지 않아도 삶이 유지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라는 것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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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독자 선생님들께서는 바캉스 계획을 세우셨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제 자리에서 한국문학 얘기를 할 것입니다!) 2020년대가 시작하며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었는데요, 경기부양책으로 시장에 돈이 풀리며 자산 시장의 광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최고점을 찍던 시기엔 주변에서 '투자'를 하지 않는 사람을 보기 어렵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경제적 자유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노동하지 않아도 삶이 유지되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라는 것이었는데요...
읽히기 전에 보이는 소설을 표방하는 '플레이' 시리즈로 김사과 작가의 장편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전지전능한 작가는 세계적인 규모의 금융 컨설팅 기업 FWIS에서 일하며 몸과 마음을 착취당한 직원 이로아에게 해외 주식 투자로 얻은 100억을 쥐여줍니다. 마침 조직에서 밀려난 이로아는 향락의 도시 제주로 바캉스를 떠납니다. 자신처럼 모종의 이유로 (주로 이 비정한 사회를 견디기 어려운 연약함이 주요 근거입니다.) 조직에서 밀려난 신해남 등을 제주에서 만난 그는 '경제적 자유'와 함께 충만해질 수 있을까요.
여름의 향락이 범죄, 로맨스, 유령 같은 소재와 어우러져 돌진하며 도파민이 팡팡 터지는 소설입니다. 설사 (모든 것에) 동의할 수는 없더라도 존중할 수밖에 없는, 재미있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아니, 네 젊음은 이제 돌이킬 수 없어.'(25쪽)라는 문장과 함께 조직에서 밀려나는 인간, 100억이라는 숫자를 보며 '자유란 없다. 모든 것은 정해져 있다.'(73쪽)라고 중얼거리는 인간, '나 또한 시체가 될 운명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234쪽) 깨닫는 인간. 엽기적이고 웃긴 이 소설을 바캉스 소설로 내밀어 봅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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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쪽 : 인간에게 자유란 뭐랄까...... 약간 오버인 것 같아. 무슨 얘기냐면, 인간에게 자유란 초등학생이 공부하는 상대성 원리 같은 거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고도로 지적인......
Q :
박상준 SF 평론가는 <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을 읽고 로버트 A. 하인라인을 떠올렸다고 이야기해주셨는데요. 그밖에도 서사 전개에 있어선 필립 K. 딕을, 주제의식에 있어선 테드 창을 떠올릴 독자들도 많지 싶어요. 작가로서 영향을 받은 작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
언급 주신 필립 K. 딕과 테드 창 그리고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소설들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특히, 전복되는 서사와 자아와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야기 등을 집필했던 필립 K. 딕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테드 창의 작품들과 자유의지와 세계의 구조 등에 관해 주제가 겹치는 건, 아마도 (많은 SF 작가가) 철학적인 주제나 소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음에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F 작가들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주제를 집요하고 깊게 파고들었던 도스토옙스키, 날카롭고 예리하면서도 우아한 방식으로 단편소설의 세계를 확장한 체호프, 범상한 소재로도 비범한 소설을 써냈던 로알드 달, 섬뜩한 에너지가 흘러넘치는 걸작을 남긴 에밀리 브론테 등, 숱한 비SF 작가들로부터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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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박상준 SF 평론가는 <영원의 모양으로 찻잔을 돌리면>을 읽고 로버트 A. 하인라인을 떠올렸다고 이야기해주셨는데요. 그밖에도 서사 전개에 있어선 필립 K. 딕을, 주제의식에 있어선 테드 창을 떠올릴 독자들도 많지 싶어요. 작가로서 영향을 받은 작가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
언급 주신 필립 K. 딕과 테드 창 그리고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소설들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특히, 전복되는 서사와 자아와 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이야기 등을 집필했던 필립 K. 딕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테드 창의 작품들과 자유의지와 세계의 구조 등에 관해 주제가 겹치는 건, 아마도 (많은 SF 작가가) 철학적인 주제나 소재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음에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F 작가들뿐만 아니라, 누구보다 주제를 집요하고 깊게 파고들었던 도스토옙스키, 날카롭고 예리하면서도 우아한 방식으로 단편소설의 세계를 확장한 체호프, 범상한 소재로도 비범한 소설을 써냈던 로알드 달, 섬뜩한 에너지가 흘러넘치는 걸작을 남긴 에밀리 브론테 등, 숱한 비SF 작가들로부터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도 생각합니다.
Q :
SF 소설을 쓰기 시작한 계기가 있을까요? SF란 장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A :
SF라는 공간이 자유의지와 결정론, 기술에 의한 영생 등을 비롯한 고전적(?) 이슈들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다룰 수 있는 플레이그라운드 혹은 실험장으로서 느껴졌기 때문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저 또한 한 명의 플레이어로서(혹은 작가로서) 참여하게 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굉장히 재미있는 장르라고도 생각합니다.
SF는 과학소설로 불리기도 하는데, 과학 혹은 과학적 사고는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을 가졌다는 의미에서) 철학에서 시작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매번 철학적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는 이야기를 쓰는 건 아니지만, 철학적 요소를 포함한 이야기를 쓸 때면 자연스레 SF의 문법을 따르게 될 때가 많습니다(종종 다른 장르의 글을 쓰기도 하는데, 다루는 소재와 주제들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특정한 장르로 연결되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Q :
작가님의 작품을 읽다보면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어쩌면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시뮬레이션 혹은 게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만약 이 세계가 시뮬레이션이라면 작가님은 삶의 우선순위가 바뀔 것 같은지 궁금합니다. 만약 시뮬레이션 세계를 만든다면 어떤 세계를 만들고 싶으신가요?
A :
실제로 닥쳐보아야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마도) 우리 세상이 시뮬레이션이라고 밝혀져도 삶의 우선순위가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마치 게임에서처럼 생사가 걸린 강제적인 미션이 눈앞에 떠오른다면 다른 이야기가 되겠죠. 생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어떤 의미에서 우리들은 라이프가 단 한 개뿐인 시뮬레이션 게임 속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의 모두가 게임 오버를 맞기 전까지 조금이라도 더 평화로운 방식으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만약 제가 시뮬레이션 세계를 만든다면 끝내는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구원을 얻게 되는(혹은 그러한 기회가 최소한 1번 이상 주어지게 되는) 세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나아가 세계에 속한 이들이 설계자의 의도를 넘어서, 자신들의 세계를 스스로 수정하고 갱신해 나아갈 힘을 쟁취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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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주최, 아작 출판사 주관, 알라딘과 문윤성기념사업회와 쇼박스와 리디가 후원하는 문윤성 SF 문학상의 장편부문 대상, 3회 수상작이 출간되었습니다.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단요작가의 작품이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기본소득이 보편화된 세계에서 감정형 인공지능을 제작하는 설계사와 슈퍼스타 소녀, 그의 개와 인플루언서가 얽힌 심리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기억하시나요?’ 이 말로 글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요즘 만화를 봐도, 게임을 봐도 한 시절을 풍미했던 작품들이 화려하게 돌아와 군림하고 있습니다. 황금가지에서도 장르 문학 독자들이 기억하고 반가워할 책들을 이번에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 『눈사자와 여름』, 『오만한 자들의 황야』, 『모래선혈』입니다. 혹시 기억하시나요? 역시 기억하시겠죠? 『얼음나무 숲』과 『언제나 밤의 세계』를 쓴 하지은 작가의 절판작들을 한데 모아 「낮과 밤」 세트 라는 이름으로 출간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밝은 작품들은 낮으로, 어두운 작품들은 밤으로 소개했습니다. (노을이 내리는 황혼도 어쨌거나 해가 떠 있으니 낮이라고 우기면서요…….)
단요 작가의 수상소감이 화제가 되기도 한 작품입니다. 휴머니즘SF, 참여SF, 일상 사회파SF 정도의 가상의 밴다이어그램을 그리고 이 밴다이어그램이 와닿지 않는다고 말하며, 작가는 이 수상으로 “그렇게 써도 된다”는 확답을 받은 것 같다고 말합니다. 무한한 애정을 선사하는 인공지능 개과 왜 무한한 안락을 허락하지 않는 걸까요. 동생에게 기쁘게 감정적 학대를 당하는 설계사의 모습, 증오하며 동거하는 릴리와 백해나와 개의 모습에서도 우리는 사람다움을 발견합니다. 사람이 사람이라서 생기는 이야기들을 즐겨 쓴다는 단요 작가를 환영하며, 앞으로 만날 '인간적인' 소설을 고대해봅니다.
출판사는 지금 :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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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시나요?’ 이 말로 글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요즘 만화를 봐도, 게임을 봐도 한 시절을 풍미했던 작품들이 화려하게 돌아와 군림하고 있습니다. 황금가지에서도 장르 문학 독자들이 기억하고 반가워할 책들을 이번에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보이드 씨의 기묘한 저택』, 『눈사자와 여름』, 『오만한 자들의 황야』, 『모래선혈』입니다. 혹시 기억하시나요? 역시 기억하시겠죠? 『얼음나무 숲』과 『언제나 밤의 세계』를 쓴 하지은 작가의 절판작들을 한데 모아 「낮과 밤」 세트 라는 이름으로 출간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밝은 작품들은 낮으로, 어두운 작품들은 밤으로 소개했습니다. (노을이 내리는 황혼도 어쨌거나 해가 떠 있으니 낮이라고 우기면서요…….)
독자분들이 ‘다시’ 이 책을 사실 수 있도록, 그리고 만족하시도록 디자이너와 각별히 신경을 기울였습니다. 한 권만으로도 독보적일 것은 물론이고, 기존 『얼음나무 숲』과 『언제나 밤의 세계』와 나란히 꽂아넣었을 때도 어우러지게끔, 컬렉션을 수집하시는 재미가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유명 기업과 가수들과도 작업을 하시는 일러스트 작가님들이 멋진 솜씨를 발휘하여 주셨습니다.
작가님도 현대의 시대상에 맞게 글이며 단어를 공들여 고치시고 무려 세 개의 작품에 외전을 추가하셨습니다. 빈틈은 채우고 여백은 여백답게 남겨 두는 글입니다. 덕에 원래도 아름다웠던 소설이 새로운 옷을 입은 듯이 더욱 반짝이게 되었습니다. 감히 보증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물론이고 아마 그 이상의 것을 기억하게 되실 거예요. 그러니까, 하지은 작가의 세계와 사랑에 빠지실 겁니다. 자꾸 생각나게 되고, 돌아오게 될 거예요. 모든 등장인물들이 충실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거든요.
독자님들이 이 책들을 볼 때마다 하지은 작가의 책들을 어루만지던 몇 년 전의 자신을 떠올리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그때의 감정을, 그때의 기분을 기억하실까요? 하지은 작가의 글을, 여전히 사랑하고 계실까요? 만약 하지은 작가의 이름을 아직 모르셨다면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이름을 기억하시게 될 겁니다. 우리 모두 판타지를 좋아하잖아요.
- 황금가지 편집자 정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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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많은 더위와 함께하는 여름입니다. 너무나 많은 폭염과 비가 계속되어 다들 평안하실지 궁금합니다. 낭독회 등의 독자만남을 통해 도서관과 서점에서 읽고 듣고 다시 쓴 김연수의 짧은 소설과 시론과 시산문 사이, 신간 시란 시리즈 내가 없는 쓰기로 독자를 만나는 이수명 시인의 시집을 함께 놓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