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글쓰기는 자신의 이야기라지만, '자전적 소설'이란 명칭은 아니 에르노에게 부여된 명사가 된 지 오래다. 개인의 삶을 공동의 삶으로 확장해나간 소설 『세월』은 2019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지금껏 당신이 읽어본 적 없는 회고록"이라는 수식을 받은 바 있다. ‘기억에 대한 주관적인 시선’은 있을 수 있겠으나, 거짓과 허구는 없는 그녀의 글쓰기.
데뷔작 『빈 옷장』은 그러한 '아니 에르노라는 문학'의 시초이다. 첫 작품부터 날 것 그대로의 문장으로 스무 살의 자신이 받은 불법 낙태 수술에서 출발하여, 환경에 적응하며 사는 어린 시절을 거쳐 사춘기 시절의 상처, 가족에게 느끼는 수치심, 자신의 뿌리를 잊기 위한 노력과 부르주아층 남자아이에게 버림받은 일까지, 자신이 속한 세상에서 분리되는 과정을 그리며 그러한 분리를 일으키는 메커니즘, 한 인간을 다른 사람으로, 자신의 환경을 적으로 만드는, 문화에 대해, 하나의 문화 형태가 개인에게 한 일, 이 단절에 대해 이야기한다.
프랑스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1940년 프랑스 릴본에서 태어났다. 카페 겸 식료품점을 운영하며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분담하는 부모 사이에서 자랐다. 대학에서 현대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고, 중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통신대학 교수로 일했다. 1974년 자전적 요소가 담긴 『빈 옷장Les armoires vides』으로 데뷔한 이래,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작품으로 써냈다. 1981년, 여성으로서의 삶을 쓴 『얼어붙은 여자La femme gelee』를 발표하며 작품 세계의 전환을 맞았다. 1984년 『자리 La place』로 르노도 상을 받으며, 평단과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한 여자 Une femme』에서 자신의 작품을 ‘문학과 사회학, 그리고 역사 사이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라고 규정하는데, 이는 아니 에르노의 작품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8년 『세월 Les annees』로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이전 작품들이 재조명되었다. 202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