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과 <눈먼 자들의 도시>의 세계적인 거장 주제 사라마구의 처음이자 마지막 이야기. 저자의 어린 시절 추억을 통해 서정적인 초상화를 보여주는 <주제 사라마구, 작은 기억들>은 자그마한 마을을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아지냐가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사라마구는 18개월 때 리스본으로 이사를 하고, 두 마을을 왔다 갔다 하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네 살 때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형을 회상하면서 이른바 '가상기억'에 대한 개념을 탐구하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한겨울 새끼 돼지들이 추울까 봐 침대로 데려왔던 일을 떠올리며 그들에 대한 애정을 새삼 느낀다.
사라마구는 일간지에 실린 기사를 해독하며 문학과 처음 접하게 되었다. 또한 프랑스어 가이드책에서 재미있는 대화를 고민하기도 하는데, 그는 실제로 몰리에르의 연극을 읽고 있다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아지냐가와 리스본의 아름다운 풍경, 가족, 친지, 이웃과의 이야기, 자신의 성(姓)인 '사라마구'의 유래, 질투와 같은 감정, 성적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주제 사라마구의 오래전 기억을 끄집어낸 <주제 사라마구, 작은 기억들>은 어린 시절부터 단어와 이야기에 매료되어 세계 최고의 작가 중 한 명으로 등장한 예술가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번에 출간되는 한국어판에서는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사라마구의 어린 시절 사진 17장을 담았으며, 저자가 직접 사진에 대해 해설하고 있다.
1922년 포르투갈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라마구는 1947년 『죄악의 땅』을 발표하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후 19년간 단 한 편의 소설도 쓰지 않고 공산당 활동에만 전념하다가, 1968년 시집 『가능한 시』를 펴낸 후에야 문단의 주목을 받는다. 사라마구 문학의 전성기를 연 작품은 1982년작 『수도원의 비망록』으로, 그는 이 작품으로 유럽 최고의 작가로 떠올랐으며 1998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20세기 세계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사라마구는 환상적 리얼리즘 안에서도 개인과 역사, 현실과 허구를 가로지르며 우화적 비유와 신랄한 풍자, 경계 없는 상상력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해왔다. 왕성한 창작 활동으로 세계의 수많은 작가를 고무하고 독자를 매료시키며 작가 정신의 살아 있는 표본으로 불리던 그는 2010년 여든일곱의 나이로 타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