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영 두 번째 시집. 깊이 앓고 오랜 시간 사유하고서야 비로소 얻어지는, 우리의 가슴과 머리를 동시에 치고 가는 낯선 은유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 은유들은 지극히 단정하고 또 아름답기까지 하다. 치열한 의식과 환하게 빛나는 시어의 간극, 차가움과 달콤함의 이율배반적 공존에서 재조합된 진은영 특유의 청신한 시적 세계가 펼쳐진다.
대학 시절, 성수동에서 이대입구까지
다시 이대입구에서 성수동까지
매일 전철을 타고 가며 그녀를 상상했었다.
이 많은 사람들 사이, 만약 당신이 앉아 있다면
내가 찾아낼 수 있을까?
우리들의 시인, 최승자에게
2008년 8월
『우리는 매일매일』 시인 오규원이 디자인한 ‘문학과지성 시인선’ 표지 디자인의 주된 구조인 사각형 하나와 그 테두리(크기와 색상이 다른 사각형 두 개로 여길 수도 있다)를, 색상이 다른 사각형 두 개를 중첩해 나타내는 한편 직각선으로 기존 사각형의 경계를 드러냈다. 또 다른 주요소인 표지 그림 (이 ‘컷’은 저자를 가리키지만, 화가에 의해 추상화된 형상이기에 저자를 지시하지는 않는다)은 더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오규원의 업적을 계승해 전체적으로 익숙한 인상을 유지하되 새로움을 더했다.
디자이너 전용완
네가 아름답다면 매립지를 떠도는 녹색 안개 그 위로 솟아나는 해초냄새의 텅 빈 굴뚝같이<아름답다> 부분
도대체 어쩌자고 내가 시를 쓰는지, 어쩌자고 종이를 태운 재들은 부드러운지<어쩌자고> 부분
네가 소년이었을때 네가 따준 자두가 먹고 싶었을 때 검은 물방울무늬 원피스 아래 돌처럼 무거운 가슴이 없었을 때<네가 소년이었을 때> 부분
우리는 너무 오래 생각했다 틀린 것을 말하기 위해 열쇠 잃은 흑단상자 속 어둠을 흔든다<우리는 매일매일> 부분
모르는 일들이 흘러와서 조금씩 젖어드는 일 내 안의 딱딱한 활자들이 젖어가며 점점 부드러워지게<물속에서> 부분
별과 시간과 죽음의 무게를 다는 저울을 당신을 가르쳐주었다. 가난한 이의 감자와 사과의 보이지 않는 무게를 그리는 그런 사람이 되라고.<나의 친구>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