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에 시작된 작가의 이력이 27년째를 맞고 있다. 그간 김이정은 두 권의 소설집과 세 권의 장편소설을 상재했다. 김이정이 소설가로 출발한 지난 90년대 중반이 한국 문학의 작가 탄생이나 작품 생산에서 유례없는 폭발을 보여준 하나의 변곡점이었고, 이후 많은 작가의 이름들이 변덕스럽기까지 한 부상과 망각의 너울 아래 휩싸였던 점을 감안하면, 과작의 느릿하지만 조용하고 꾸준한 작품 행보가 새삼 두드러져 보인다.
소설집으로는 세번째에 해당하는 이번 『네 눈물을 믿지 마』와 앞선 소설집 『그 남자의 방』(이룸, 2010) 사이에는 10년의 세월이 있다. 그런데 『그 남자의 방』에 수록된 「검은 강」과 「장마」, 그리고 이번 소설집의 「프리페이드 라이프」 「믿지 마, 네 눈물은 누군가의 투신일지도 몰라」 「압생트를 좋아하는 여자」 등에서 반복적으로 변주되며 나오는 ‘파산’의 모티브는 ‘작가의 말’과 같은 곁텍스트의 발언들을 참조할 때 작가의 실제 시련이었던 것으로 보이며, 『유령의 시간』이나 이번 소설집의 작품들이 씌어졌던 상황의 어떠함을 짐작게 한다.